📌 티벳불교 수행의 올바른 이해 – 강의 서두
지난 2023년도 법륜불교대학 1학기 강의에서 '밀교의 수행 체계'를 주제로, 티벳밀교의 핵심 수행인 '무상요가 탄트라'의 생기차제와 원만차제를 비밀집회 탄트라(Guhyasamāja Tantra)를 기반으로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많은 분들이 티벳밀교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좌도밀교'와 혼동하거나, 단순한 신비주의나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요. 티벳밀교의 수행은 어디까지나 대승불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인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보리심과 공성에 대한 이해가 갖추어져 있어야 수행에 입문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바른 견해와 실천 없이 탄트라의 수행의 성취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티벳어로 된 '귀의와 발심' 기도문을 함께 염송하고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나중에 이 기도문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한 학기가 지나 2024년 1학기에서야 약속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 인도 다람살라의 수행 현장 – 원명스님의 공부 이야기
저는 1993년 8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약 20년간 인도에서 공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동국대학교 불교학과(88학번)로 학부를 졸업한 후, 인도 델리대학교 불교학과 석사(M.A.), 엠필(M.Phil), 박사(Ph.D.) 과정을 마쳤습니다.
M.Phil 과정부터는 델리에 머물지 않고 '필드웍' 신청을 하여,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히마찰프라데시주 다람살라에서 공부했습니다.
이 사진 속 다람살라 전경에는 달라이 라마 존자의 거처가 있고, 그 아래에는 티벳 망명정부와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이름은 'Library of Tibetan Works and Archives'로, 티벳인들과 외국인 모두 '뻰제캉' 또는 'Library(도서관)'으로 부릅니다.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달라이 라마께서 망명하실 때 가져오신 불상, 탱화, 경전들이 보관·전시된 박물관의 역할도 합니다.
수업 전 우리는 항상 '데일리 리시테이션(Daily Recitation)'이라는 일상 기도문을 염송했는데요. 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기도문을 다 외우면 15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유튜브 강의전에 전부 염송을 하기는 불가 하고요. 저희들이 간단히 암송을 할 부분은 19페이지에 있는 ’귀의와 발심‘ 게송입니다.
이 게송의 음율은 다람살라 도서관에서 암송하던 방식으로, 한국 내 티벳 스님들께서 쓰시는 음율과는 조금 다릅니다.
📌 티벳어 ‘귀의와 발심’ 게송
쌍게 최당 촉기 촉남라
장춥 발두 닥니 깝수치
닥기 진쏙 기뻬 촉남끼
도라 펜칠 쌍게 둡빨쇼
기도문 해석
"거룩한 불법삼보께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제가 귀의합니다.
제가 보시 등 육바라밀을 실천한 공덕으로
모든 중생을 돕기 위한 부처 이루게 하소서."
이 짧은 게송에는 매우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귀의의 대상: 불법승 삼보
- 귀의의 목적: 모든 중생을 돕기 위한 부처를 이루기 위함
- 귀의의 기간: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 귀의 후 실천해야 할 수행: 6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실천
티벳어 단어 풀이
- 쌍게(Sang-gye) : 부처님 (Buddha의 번역어), 깨달았다’의 뜻을 가진 ‘쌍’과 ‘확장되다’, ‘퍼지다’의 뜻을 가진 ‘게’가 합쳐진 말입니다. 이는 번뇌와 장애를 제거하고 모든 지식의 대상을 통찰하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 Sang: 번뇌장·소지장 등 깨달음을 방해하는 장애를 모두 정화한 상태
▶ Gye: 모든 지혜의 대상에 마음이 펼쳐진, 널리 확장된 상태
- 장춥 발두 : 깨달음(Bodhi)까지. ‘장춥’은 깨달음, ‘발두’는 ~까지, 즉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를 의미합니다.
▶ Jang: 모든 번뇌를 제거한
▶ Chub: 모든 지혜에 통달한
- 닥니 깝수치 : 제가 귀의합니다. ‘닥’은 나, ‘니’는 강조형, ‘깝’은 보호자, ‘수’는 조사(~에), ‘치’는 가다. 즉, 보호자에게 귀의함을 의미합니다.
▶ Dak: 나 자신
▶ Kab-su: 보호자에게
▶ Chi: 가다
- 닥기 진속 기뻬 촉남끼 : 내가 행한 보시 등 육바라밀의 공덕으로.
▶ Jin: 보시
▶ Sog: 등등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포함)
- 도라 펜칠 쌍게 둡빨쇼: 중생을 돕기 위한 부처 이루게 이루게 하소서.
▶ Drowa: 중생
▶ Pen: 이익을 주다
▶ Chir: 위하여
▶ Sang-gye Drub-pa: 부처 이루기
▶ Shog: 이루어지게 하소서 (소원어/스와하/아멘)
이처럼 티벳어 단어 하나하나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면, 염송하는 순간 마음가짐이 바뀌고 수행의 방향이 확실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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